신장에서 발생하는 종양은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신실질에서 발생하는 종양과 신우에서 발생하는 신우암으로 구분하며, 신실질의 종양은 다시 신장 자체에서 발생한 원발성 종양과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종양이 신장으로 전이한 신전이종양으로 구분합니다. 물론 신장에서 발생한 종양이 모두 악성종양(암)은 아닙니다. 신장에서 발생한 종양의 대부분은 원발성 종양이며, 그중에서 85~90% 이상은 악성종양인 신세포암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신장암이라고 하면 신실질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인 신세포암을 의미합니다.
신우암은 신장에서 발생하는 암의 5~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신실질이 아니라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모여 요관으로 연결되는 깔때기 모양의 신우에서 생기는 암입니다. 신우암은 방광이나 요관에서 생기는 암과 같은 요로상피암이 주로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신우암의 치료는 신세포암(통상적으로 말하는 신장암)의 치료법과 차이가 있습니다. 즉 신우암은 수술 시에 신적출술과 함께 전 요관절제술도 같이 시행하며, 전이된 경우는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 치료가 아니라 복합 항암화학요법(최근에는 면역항암제도 사용)을 주로 사용합니다. 또한 수술 후 추적관찰 시에도 방광으로의 재발이 흔히 발생하여 방광내시경검사를 반드시 합니다.
의학적으로 신장암이란 신장에 생긴 암이라는 뜻이므로 신장에서 발생한 원발성암 및 타 장기에서 신장으로 전이한 암을 모두 포함하는 말입니다. 즉 신장의 대표적 원발성암인 신세포암과 신우암뿐만 아니라, ‘윌름스 종양’, 신장에 발생한 육종 등도 원발성 신장암이며, 신장으로 전이한 암도 넓은 의미에서는 신장암입니다. 그러므로 각각의 경우 그 기원세포나 조직형이 다르고, 임상 양상이나 치료도 서로 달라서, ‘신장암’이라는 말보다는 ‘신세포암’, ‘신육종’ 등으로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인과 달리 소아에게는 ‘윌름스 종양’이라고 하는 신모세포종이 발생하는데, 이는 소아에게 가장 흔한 신장암으로 소아청소년암의 3~6% 정도를 차지하며, 주로 7세 이전에 발생하고 3세경에 그 발생빈도가 가장 높습니다.
신세포암은 하나의 암이 아니라 기원세포, 유전자 및 염색체 변화가 다양한 여러 종류의 암이 모인 하나의 종양군입니다. 따라서 신세포암은 조직학적 분류에 따른 세포형에 따라 각기 다른 임상양상을 보이고, 치료에 대한 반응도 각각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장 종양 분류를 개정하여 기존의 형태학적 분류에 더해 분자병리학적 특성(특정 유전자 변이, 염색체 이상, 면역조직화학 표지자 등)을 함께 고려한 통합 분류체계를 제시하였으며, 이에 따라 일부 종양은 새롭게 명명되거나 독립된 범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세포암은 크게 투명세포형과 비투명세포형으로 구분합니다. 비투명세포형은 다시 유두상 신세포암, 혐색소성 신세포암, 집뇨관 신세포암, 수질성 신세포암 등으로 나뉘며, 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드문 신세포암이 있습니다. 또한 여러 조직형이 혼재하기도 하고, 유전성 증후군과 연관된 신세포암이나 특정 분자병리학적 변화로 정의되는 신세포암이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명확한 구별이 불가능해서 '미분류 신세포암'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신장암의 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WHO 2022 분류 기준).
[ 신장암의 분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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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투명세포형 신세포암(clear cell renal cell carcinoma, ccRCC, 70~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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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상 신세포암(papillary renal cell carcinoma, pRCC, 1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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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혐색소성 신세포암(chromophobe renal cell carcinoma, chRCC, 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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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집뇨관 신세포암(collecting duct carcinoma,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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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수질암(renal medullary carcin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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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도가 낮은 다방낭 신종양(multilocular cystic renal neoplasm of low malignant potenti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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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세포 유두상 신세포종양(clear cell papillary renal cell tum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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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후천성 신낭종 연관 신세포암(acquired cystic disease-associated renal cell carcino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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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병리학적으로 정의되는 신세포암: MiT family 전좌 신세포암(TFE3·TFEB 재배열), 푸마르산수화효소(FH) 결핍 신세포암, 숙신산탈수소효소(SDH) 결핍 신세포암, ELOC(TCEB1) 변이 신세포암, ALK 재배열 신세포암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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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호산성 신종양: 호산성 고형낭성 신세포암(eosinophilic solid and cystic RCC, ESC RCC), 저등급 호산성 신종양(low-grade oncocytic tumor, LOT)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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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미분류 신세포암(renal cell carcinoma, unclassified, 1~3%) |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은 전체 신세포암의 70~80%를 차지하며, 신장의 근위 곡세뇨관세포로부터 발생합니다. 이 조직형은 혈관이 풍부하고, 다른 장기로의 전이도 잘 일으키며,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신호전달이 활성화되어 있어 표적치료(VEGF·VEGFR 억제제) 및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에 잘 반응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진행성·전이성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에서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의 병용요법이 표준 1차치료로 자리잡은 이유도 이러한 분자생물학적 특성에 기인합니다.
다음으로 많은 조직형인 유두상 신세포암은 전체 신세포암의 10~15%를 차지합니다. 과거에는 세포 및 조직 형태에 따라 1형과 2형으로 나누고 2형이 1형에 비해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WHO 2022 분류에서는 두 아형 사이의 분자생물학적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1형·2형의 형태학적 구분이 폐지되었습니다. 대신 과거 2형으로 분류되던 일부는 푸마르산수화효소(FH) 결핍 신세포암, MiT family 전좌 신세포암 등 분자병리학적으로 정의되는 별도 범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유두상 신세포암은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며 혈관이 적고, 다발성·양측성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혐색소성 신세포암은 신세포암의 3~5% 정도를 차지하며, 일반적으로 다른 신세포암보다 예후가 양호한 편이나 육종양 변화가 동반되면 매우 공격적입니다. 집뇨관 신세포암과 신장 수질암은 1% 미만의 매우 드문 종양이지만 진단 당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고 예후가 매우 불량하며, 특히 신장 수질암은 겸상적혈구 형질을 가진 젊은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MiT family 전좌 신세포암(TFE3·TFEB 재배열)은 소아·청소년 및 젊은 성인에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특수한 아형입니다.
한편 신장 종양 중 호산성 과립세포종(oncocytoma)은 악성도가 극히 낮아 양성종양으로 분류되지만, 영상검사와 조직검사에서 혐색소성 신세포암 및 호산성 신종양과의 감별이 어려워서 수술 전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⁹⁹ᵐTc-sestamibi SPECT/CT가 호산성 과립세포종과 혐색소성 신세포암의 감별에 보조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WHO 2022 분류에서는 호산성 신종양 영역에서 호산성 고형낭성 신세포암(ESC RCC), 저등급 호산성 신종양(LOT) 등 새로운 범주가 도입되어, 과거 '미분류'로 처리되던 일부 종양이 보다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세포암은 조직학적 형태에 따라 여러 세포유전학적·분자병리학적 이상이 관찰되며, 이러한 특성은 진단·치료 선택·예후 예측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가장 특징적인 경우는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에서 폰 히펠-린다우(von Hippel-Lindau, VHL) 유전자의 이상을 포함한 3번 염색체 단완(3p) 결손으로,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의 70~90% 이상에서 발견됩니다. VHL 유전자의 불활성화는 저산소유발인자(HIF)-1α·HIF-2α의 축적과 VEGF 등 혈관신생 인자의 과발현을 유발하며, 이는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이 혈관이 풍부한 특성을 보이는 원인이자 VEGF 표적치료제와 HIF-2α 억제제(벨주티판)의 작용 기전적 근거가 됩니다. 그 외에도 투명세포형 신세포암에서는 PBRM1·BAP1·SETD2 등 종양억제유전자의 변이가 흔히 동반되며, 이 중 BAP1 변이는 예후 불량과 연관됩니다.
유두상 신세포암에서는 7번·17번 염색체 증식 및 Y염색체 소실, MET 유전자의 활성화 돌연변이 또는 증폭이 관찰되며, 특히 MET 변이는 카보잔티닙(cabozantinib) 등 MET 표적치료제의 효과를 예측하는 표지자로 활용됩니다. 혐색소성 신세포암에서는 1·2·6·10·13·17·21번 염색체 등 광범위한 염색체 손실이 특징적이며, 미토콘드리아 관련 유전자 변이가 동반됩니다. 분자병리학적으로 정의되는 신세포암에서는 해당 유전자 변이(TFE3·TFEB 재배열, FH·SDH 결핍, ALK 재배열 등)의 확인이 진단의 핵심이며, 일부는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신세포암은 일부 유전증후군과 연관되어 발생하기도 합니다. 폰 히펠-린다우(VHL) 증후군은 투명세포형 신세포암과 함께 망막·중추신경계 혈관모세포종, 췌장신경내분비종양 등을 동반하며, 유전성 유두상 신세포암(HPRC)은 MET 변이로 인한 양측성·다발성 유두상 신세포암을 일으킵니다. Birt-Hogg-Dubé 증후군(FLCN 변이)은 혐색소성 신세포암 및 호산성 과립세포종을, 유전성 평활근종증 신세포암(HLRCC, FH 변이)은 매우 공격적인 FH 결핍 신세포암을, 결절성 경화증(TSC)은 혈관근지방종 및 일부 신세포암을 유발합니다. 가족력이 있거나 양측성·다발성 신종양, 50세 이전 발병, 특정 조직형이 확인된 경우는 유전상담 및 생식세포 유전자검사를 권고합니다.
분화란 세포나 조직이 미숙한 상태에서 구조와 기능이 특수화하며 성숙해 가는 것을 말합니다. 종양은 세포의 분화가 정상 경로에서 일탈한 것이므로, 분화도는 암세포가 얼마나 악성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신세포암의 조직학적 분화도는 암세포 핵의 형태를 기본으로 4단계로 분류하며, 예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1982년 푸르만(Fuhrman)이 제안한 핵분화도(Fuhrman nuclear grade)가 표준으로 사용되었으나, 관찰자 간 일치도가 낮고 일부 조직형에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2년 국제비뇨병리학회(ISUP)는 핵소체(nucleolus)의 두드러진 정도만을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분류를 제안하였고, 2016년 WHO 분류에 정식 채택되어 WHO/ISUP 핵등급으로 명명되었습니다. 이는 2022년 WHO 분류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 현재 신세포암의 표준 등급 분류체계로 사용됩니다.
WHO/ISUP 핵등급은 1등급(핵소체가 보이지 않거나 매우 희미함)부터 4등급(매우 비정형적인 핵 또는 육종양·횡문근양 분화 동반)까지 4단계로 구분합니다. 1등급은 분화가 가장 좋아 예후가 양호하며, 4등급은 분화가 가장 나빠 예후가 불량합니다. 특히 4등급에 포함되는 육종양·횡문근양 분화 동반 신세포암은 매우 공격적이나, 최근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비교적 좋은 반응을 보여 진행성·전이성 환자의 1차치료제의 선택에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됩니다.
유럽비뇨기의학회(EAU) 2025 및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v2.2026 가이드라인은 신세포암 병리보고서에 TNM 병기와 함께 WHO/ISUP 핵등급, 육종양·횡문근양 분화 유무를 반드시 기재할 것을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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