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국가암정보센터

암환자 생활백서

우리들의 희망이야기

[ 췌장암 ] 2007년 제1회 행복한 암환자, 가족 수기공모 암환자부문 우수상

암으로 힘들어하던 이들에게 국가암정보센터가 도움이 되어 삶의 희망을 찾은 이야기입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6.04
[년도 : 2007] [공모자 : 조덕형] [시상내역 : 대상]

2007년 제1회 "행복한 암환자, 가족 수기공모" 암환자부문 우수상


 


 


 


 




“26년 만에 다시 찾아 준 반지와 목걸이”




                                                              


  7월 4일은 아들 생일이고 9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7월을 맞이하면서 가족간에 화두는 생일선물이었다.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지 4개월째 되는 나로서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간다.


  아들 선물은 신고 싶어 했던 운동화로 하자고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딸이 내 방에 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아빠는 엄마에게 무엇을 선물하고 싶으세요?” 물었다. 나 역시 작은 소리로 “반지와 목걸이, 그리고 꽃바구니야. 비밀로 해”...... 날짜가 다가와 아내에게 보석집에 가자고 했다. 아내는 “무슨 소리에요 나는 당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최상의 선물이니 아무소리 마세요.” 하고


일축해버린다. 하는 수 없이 나의 진심을 털어 놓았다.


  “여보, 당신에게 평생 지우지 못할 미안한 얘기 하나 할게, 우리 결혼식 마치고 며칠 안가서 폐물 모두 팔아 신혼생활 시작한 것 말이야. 나 늘 마음 한 구석에 걸려 있었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몰라서 말인데 반지하고 목걸이 선물하고 싶거든”......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 신혼생활 중에 설상가상으로 결혼 한지 2개월 8일 만에 이번과 똑같은 암 진단을 받았었다. 그때 아내는 날 위해 생명 걸고 부르짖는 기도를 했고 그 기도의 응답으로 2,3개월 넘기기 어렵다는 그 췌장암이 퇴치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와 은혜로 26년을 덤으로 살아 왔지만 아내의 희생적인 사랑이 아니었다면 나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후 20여 년간 거의 정기적으로 ‘간 내 결석’이란 질병으로 고열에 시달려야 했고 동네 병원은 말 할 것도 없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들을 전전하며 병 뿌리를 뽑겠다고 했으나 해결치 못했다. 2001년 12월 삼성병원에서는 간암으로 보이니 입원하라고 했지만 아주대학병원에 입원하고 2002년 4월3일 21년 만에 배를 다시 열었다. 아내가 수술실에 입실하여 참관하는 기회가 주어져서 집도하신 교수님의 말씀을 다 들을 수가 있었다는데 배를 열자마자


 “지금까지 살아오신 게 기적이네요  확장된 담도로 소화된 음식물 소량이 간으로 계속 침투해 들어가 왼쪽간이 염증에 시달려 오다가 세포가 다 섞었고 그것이 20년이란 세월 속에서 고체가 됐네요.”.....바짝 쪼그라진 왼쪽 간을 절제해 낸 후 2개월 안가서 간이 다 재생되었다. 다행히 간 조직 검사 결과에 암은 아니었었다.


  재생된 새로운 간이라서 인지 평생 처음으로 지난 5년간 한번도 아프지 않았고 건강하게 살아왔다. 지난 5년간 건강하게 살아온 것에 대하여 감사하면서 자랑까지 했었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5년을 잘 넘겨야 안심할 일이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올 2007년 3월에 명치가 쓰리고 아프기를 10여일이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동네 병원을 전전하다가 급기야 2002년에 진료를 받았던 아주대병원 교수님께 3월 29일 찾아가서 진료를 받았다


  초음파를 마치고 나서 교수님께서, 아내에게 하신 말씀, 췌장암 말기입니다.


간으로 전이된 상태입니다. 당일 입원하세요. 정밀 검사 들어갑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이럴 수가 있는가? 이해가 안 됐었다.


  병실이 나지 않아 당일 입원 못하고 3월 31일 오후에 입원했다.


  4월 5일 퇴원하기까지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했고 결과도 여전히 처음과 동일했다. 교수님은 아내에게 모든 말씀을 다하셨다. 점점 밥맛이 떨어질 것이고 몸무게가 줄 것이며 황달이 올 것인데, 황달이 오면 지체 없이 들어오셔야 합니다가 전부였다. 항암치료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고 1개월분의 약을 줄 정도였다.


  아내의 말이 걸작이었다. “우리 남편 죽지 않습니다. 불사조입니다.


  암 선고 이번이 세 번째 듣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을 나왔지만 나 몰래 아내와 두 남매는 4월 달 내내 눈물로 보낸 암울한 달이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도 26년 전인 1981년 7월 부산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도 같은 진단이며 비슷한 경우가 되었는지....... 그때는 우리가 신혼이었고 2,30대 젊은이였다.


  삶에 대한 의욕이 지금 보다는 왕성했었고 오히려 병문안 오시는 분들께 힘을 실어 주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떤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나와 아내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중후반의 토막을 병고의 도가니에 또 다시 몰아부처 무엇을 하라는 것일까?  좀처럼 이해가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을 외면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아내와 나는 일단 지금까지 살아온 것에 대하여 감사하기로 하고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자고 했다. 그리고 두 가지 경우를 준비하기로 했다.


  먼저 하나는 의사의 진단대로 몇 개월 가지 않아 죽는다 해도 하나님과 모든


사람들 앞에서 영광스러운 천국을 바라보고  멋지게 죽음을 환영할 것과,


  다음은 다시 살수 있다면  이번엔 180도 완전히 변화된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서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회복지를 해야겠다고.......


  매일 새벽 경건의 시간을 갖는 것과 매일 매일 일기를 쓰는 것 그리고 암과의 싸움을 보다 더 과학적으로 하기 위해 열린 자세로 인터넷 검색을 비롯해 의사들의 지시나, 대체의학, 임상경험 성공사례들을 참고하여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거듭 다짐했다. 병원의 의사들도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다고 손은 든 마당에 주치의도 없이 막막한데.......요즘 나는 이런 믿음과 배짱이 생겼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주치의로 모셨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두 남매,  매일아침 들을 거닐면서 대하는 따스한 햇살이며, 맑은 공기, 생기 넘치는 나무와 풀들, 반기는 들꽃까지도,


  또한 매일 아내의 사랑이 담긴 건강식과 병원의 약, 아내가 직접 달인 한약들


  모두가 암과 싸우는 지원병들로 인식하고, 이 모두를 생명, 사랑, 기적의 공동체로 명명하고 크게 감사하면서 욥의 경우와 같이 인생 제2막의 축복된 미래를 확신하고 이번의 시련을 잘 통과하여 합격하고자 온 가족이 한맘 되어 노력한다.




  이번에 다시 일어나면 정말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아내를 비롯해 이웃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참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반드시 그렇게 되고야 말 것이다. 이것이 나의 믿음이기도 하다.


사실상 의사들이 얘기한 3개월의 고비, 황달이 덮치고 복부팽만으로 위기를 겪었던 6월초순의 그 아슬 했던 고비를 무난히 넘고 7월을 맞이해 점점 호전되는 상황을 감사치 않을 수 없다.




  한 없이 미안하기만 한 내 아내 ! 


반지보다도 당신이 벌떡 일어나는 것이 내게는 더 좋은 선물이라고 말했던 아내!


그 사연 깊은 반지와 목걸이를 선물로 받은 그날보다도 들꽃 한 아름, 두 아름, 세 아름을 꺾어다 주었을 때마다 더 좋아했던 아내!


  나는 사랑하는 아내한테 아픈 남편으로 인해 흘렸던 눈물과 상처, 희생과 사랑, 이 모두를 충분히 보상 받게 해주고 싶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내 옆에 늘 함께 있어  아파하고 나와 함께 울었던 내 아내! 


  26년 만에 다시 반지를 손에 끼워주고,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면서 그 지난날의 미안함을 눈물적시며 다소나마 씻은 순간을 영원히 잊지 않기로 한 내 아내! 


  정말로 당신은 욥의 아내보다도 그 누구누구의 아내보다도 더 크고 더 훌륭한 내 아내야!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고 감사해.  사랑한다. 내 아내!


 


 

공공누리/CCL
이전,다음 게시물 목록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전글 2007년 제1회 행복한 암환자, 가족 수기공모 가족부문 대상
다음글 2007년 제1회 행복한 암환자, 가족 수기공모 암환자부문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