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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암 ] 국가암조기검진 우수상(최숙림)

암으로 힘들어하던 이들에게 국가암정보센터가 도움이 되어 삶의 희망을 찾은 이야기입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06.04
[년도 : 2007] [공모자 : 최숙림] [시상내역 : 우수상]

국가암조기검진부문 우수상


 


짙은 먹구름 속에서도 붉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따사로운 가을햇살이 더없이 고마운 창가에 앉아서 힘겨웠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던 내가 큰일을 연거푸 3번이나 겪었습니다. 그 당시로써는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목사님은 “하나님께서는 내가 이길 만큼만의 십자가를 짊어지게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이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큰 슬픔을 다 이기고, 담담해진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 합니다.




 남편과 저는 결혼 후 5년 동안 불임이었다가, 현대 의학의 혜택을 받고 1988년에 쌍둥이를 낳았습니다. 남편은 교직에 근무하는 모범 가장이였고, 나 또한 유치원 교사 출신으로 피아노 교습을 하며, 아이들 속에서 정말 아이 같은 순진한 마음으로 세상을 순탄하게 살았습니다. 쌍둥이 딸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우리 집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행의 여신이 우리에게 손짓 한 것은 아이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되던 무렵부터입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남편이 소화가 잘 안되고, 또 오목가슴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남편의 얼굴은 물기 하나 없이 초췌하고 무척 피곤해보였습니다. 그제야 남편은 처음으로 위내시경을 찍어보았습니다. 결과는 놀랍게도 위암 3기였습니다. 무척 놀랐지만, 우리는 우왕좌왕하지 않고 신속하게 수술도 하고, 항암치료에 임했습니다. 항암치료는 견디기 힘들었고, 남편은 투병의지가 강하지 못했습니다. 힘들게 6차 진료를 마쳤습니다.




 남편은 항암치료 후 삶의 의지가 많이 꺾인 채 살아갔고, 아무런 기쁨이 없이 점점 말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집안이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을 때 암치료에 황토방이 좋다고 해서, 집안에 황토방을 짓고 나무로 불을 때서 황토방에서 잠을 자게하고 그동안 잘못했던 식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투병의지가 약했던 남편은 점점 더 우울증이 깊어졌고, 이젠 아예 말문을 거의 닫은 채 살던 중 그렇게 원하던 교감승진에서 아깝게 탈락하고 더욱더 좌절을 했습니다. 2003년 3월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형님을 고혈압으로 잃고, 남편은 2달 반 만에 너무나도 야속하게 위암이 아닌 고혈압으로 말 한마디 못해보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동안 위암수술 후 항암치료까지의 힘든 고생이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그 당시 나도 남편 투병 중에 위암진단을 받고 수술한지 2년 밖에 안 되었습니다. 너무나 큰 슬픔을 이길 수가 없어서, 그 후로 딱 3년간 어두운 방에서 남편 사진 1장을 손에 들고서, 아무런 희망 없이 절망의 늪 속에서 살았습니다. 정말 살고 싶은 생각이 없이 암담한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어느새 고 3이 되었습니다. 작은 딸이 말했습니다. “엄마 우리가 고 3이 되었어요. 우리 셋이서 고생 한 번 해봐요.”, “그래, 그만 털고 일어나자.” 아이들을 위해 그렇게 결심하고, 힘들게 일어나서 2006년에 대한생명에 입사를 했습니다. 평생 아이 같은 어린 마음으로 살던 나는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3년 은둔생활을 하고 있을 때, 세상은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사람들은 정말로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때부터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래, 짙은 먹구름 속에서도 붉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이제 우리 집에 불행이 3번 지나갔으니까, 이제는 행복이 올 차례야. 그래, 난 괜찮아! 잘 될 거야.’


 다행히 나는 위암을 초기에 발견하여서 항암치료는 하지 않았고, 절제된 작은 위장은 적응을 잘해줘서, 식사도 잘하고 비교적 건강했습니다. 그동안 의사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정기검진을 받았습니다. 사는 동안 잘못된 식습관도 바꾸고 쾌활한 마음으로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이제 수술한 지 5년이 지나고, 의사 선생님께서도 수술한 사람이 맞느냐며 칭찬을 해 주십니다.




  나는 앞으로 희망의 건강전도사가 되어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건강검진 하기 전까지는 지금 우리 몸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모른다.”조기 발견이 얼마나 필요하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경험해 본 나는, 현재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때 속이 약간 답답해서, 좋아하는 수영 가는 일을 포기하고 위내시경을 찍어본 일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습니다. 그날의 조기검진이 없었다면, 병을 늦게 발견하여 병이 깊은 상태까지 진행되었을 것이고, 지금은 암의 공포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을 겁니다.




 그 이후 나는 나에게 해마다 숙제를 내며 열심히 건강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첫 번째 숙제는 웃는 연습입니다. 미소가 예쁜 아기 사진을 얻어서 소중하게 간직하며 매일 웃는 연습을 했습니다. 웃는 연습을 하며 내 슬픔도, 내 암세포도 다 웃으면서 잊으려고 했지요. 일부러 큰 소리로 박장대소하며 웃다보니, 얼굴도 마음도 다 활짝 피어서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두 번째 숙제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일입니다. 매사를 부정적인 마음으로 살다보니 결국은 암도 생겼다고 생각되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어차피 암은 내게 찾아왔고, 나는 이제 암보다도 더 무섭게 느껴졌던  깊은 우울증도 이겨냈으니,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세 번째 연습은 물 많이 먹기 연습입니다. 병나기 전에는 식사 중에만 2컵씩 물을 마시고, 하루 종일 물을 먹지 않았습니다. 이제 물 먹는 일이 암예방이라는 것을 알고 하루 1.5리터를 마시려고 노력했습니다. 물이 마시고 싶다고 생각되기 전에 미리미리 일부러 열심히 마셨습니다. 내 몸 속의 더러움이 다 씻겨나가길 빌면서 마셨습니다.


 네 번째 연습은 채식하는 연습입니다. 우리 식구는 그동안 채식을 원치 않았고, 인스턴트 음식, 라면 등을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색깔이 진한 채소, 과일을 많이 먹으려고 합니다. 암이 좋아하는 음식은 이제 먹지 않는답니다.


 다섯 번째 연습은 소식하며 꾸준한 운동을 하는 일입니다. 소식하며 꾸준한 운동을 하는 일입니다. 소식하는 연습이 가장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습니다. 운동을 해도 쾌활한 마음으로, 건강식을 해도 쾌활한 마음으로 하려고 생각하며 합니다.




 이제 물 흘러가듯이 천천히 살아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합니다. 힘들었던 무거운 마음들도 흐르는 물에 흘려보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마음이 편해지니 잠도 맛있게 잡니다. 이제 친구들에게 자신 있게 말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니 이대로 만족합니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렇게도 바라던 내일’이라고 합니다. 아픔을 남보다 조금 일찍 겪었지만, 그 아픔으로 인해서 오늘의 저는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늘 당연하게 느끼던 파란 하늘, 맑은 공기, 따사로운 햇볕이 너무나 감사하고 감사해서, 이제는 이 세상 누구보다 건강하고 행복합니다. 위기는 저에게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암을 한 번 경험하고 나니 건강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더 절실히 느끼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늘 작은 노력을 하며 살게 되었지요. 어떤 암 환자가 이 세상 열심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가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예, 감사합니다.’하고 떠나겠다고 말했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려고 태어났으니,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내 삶을 끌어안고 살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유산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우리 엄마, 아빠는 이 세상을 참 잘 살다가 돌아가셨어.’이렇게 생각이 들게 해주고, 오늘의 나를 떠올리면 ‘그래, 우리 엄마는 세상을 참 예쁘고, 맛깔스럽게 살다가 가셨어.’라고 나를 회상하게 만드는 일이 이제 나의 남은 마지막 숙제입니다. 나는 오늘도 내 하나밖에 없는 삶을 위해서, 내 삶을 음악과 함께 즐기면서 매일 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거야. 슬픔조차도.”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해가 지고, 어둠이 창 밖에 내리고 있을 때, 격자 창문을 통해 보이는 가을 세상이 참으로 정겹게 느껴집니다. 어느새 노랗게 물든 나무 한 그루에서 감사하며, 오늘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내일이 또 올 것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면서,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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