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 암환자 치료비지원

-희망을 준 국가암관리사업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 불쌍하고 가엾다. 그 중에서도 우리 엄마는 내 가슴속의 아픔이자 눈물이다.

  평상시 어디 아프다는 말씀도 잘 안하시고 워낙 건강하다고 생각하면서 엄마 건강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도 안하고 살았는데, 작년 이 맘때쯤부터 기분 나쁘게 배가 살살 아프고, 지금까지 변비라고는 모르고 사셨던 엄마가 화장실에 가도 변 보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근데 그렇게 말씀 하시면서 아파하는 표정도 안짓고 그냥 웃으면서 이야길 하시니 나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두세달 뒤에 혹시나 싶어 진주에 있는 잘한다는 개인 내과에 갔다. 몇가지 검사를 받은 후에 원장과 상담을 하는데 원장이 요즘 불편한 곳이 없냐고 묻길래 엄마 증세를 말했더니 아마도 신경성 장염일꺼라고 몇일분 약을 처방해 줄테니 먹어보라고 했다. 내가 대장내시경 같은건 따로 안받아도 되는지 물어봤더니 그런건 안받아도 될 것 같다고 그래도 불안해서 받고 싶으면 6개월 뒤에나 받아보라고 했다. 의사의 그런 말을 들으니 나 역시도 안심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그때만 잠시 나아질뿐 엄마의 증세는 계속 심해졌다. 지금까지 건강검진이라고는 받아 본 적 없는 엄마가 자꾸 걱정 되어서 병원에 다녀온지 6개월 뒤인 올 9월에 다시 병원을 찾아서 대장 내시경을 받았다.

  세상에 이럴수가!

  검사 결과는 대장암이었다.

  그것도 암의 크기가 너무 커져서 대장을 거의 막고 있었다. 별거 아니라고 했던 원장의 입에선 얼른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명세기 병원 원장이란 사람이 증세를 듣고도 먼저 대장암 검사를 받아보자는 말도 안해주고, 오히려 대장암 검사 안받아도 되겠냐고 묻는 보호자에게 걱정되면 6개월 뒤에 오라고 했으니 대체 어느 누가 그런 의사를 믿고 병원을 다니겠는가...

  엄마를 먼저 밖에 보내고 보호자인 나에게 엄마 상태를 설명해 주는데 마치 뭔가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것처럼 멍하고, 이게 제발 꿈이기를 바라는 맘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내시경 검사 사진을 육안으로 봐도 3기정도는 되었다고 했다. 믿고 싶지 않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하늘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그동안 엄마 건강에 신경 써 주지 못한 나쁜 딸인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그리고 너무 건강했던 엄마였기에 또 법적으로 남남이라서 엄마 앞으로 보험 하나 넣은게 없어서 앞으로 들어갈 비용도 걱정 되었다. 그 날 병원에서 돌아와서 엄마한테는 회사에서 교육 간다고 말하고 집을 나왔다. 엄마를 보고 있으면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져 버릴 것 같아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 날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아마 평생 살면서 흘릴 눈물을 그 날 하루 동안 다 흘린것 같았다. 내가 울고 있는 시간에 엄마도 집에서 당신의 자세한 병명은 듣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짐작하면서 울고 계셨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더욱더 가슴이 아팠다.

  다음날 집에 돌아와서 곧바로 큰 병원에 가서 입원 후에 다른 추가적인 검사를 받았다. 곧바로 수술 날짜를 잡고 입원한지 5일만에 수술실로 들어 가셨다. 수술실 들어가기 전에 애써 무덤덤하게 계시는 엄마한테 다 잘 될꺼라고 아프겠지만 그래도 잘 참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수술하는건 하나도 겁 안나는데 돈이 많이 들어서 니가

힘들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하셨다. 이런게 부모와 자식 마음일까...

  자식은 부모를 걱정하고 있는데, 부모는 자식이 당신 때문에 힘들게 될까봐 그걸 더 걱정하고 계신다.

  수술실에 들어가신지 거의 9시간만에 나오셨다. 수술하는데 걸린 시간이 5시간 정도고, 마취에서 깨는데 3시간이 넘게 걸리셨다고 한다. 그 시간이 얼마나 길던지 한 시간이 일년 같았다. 그렇게 힘들게 수술 받고 나온 엄마의 모습은 내가 보아 오던 활짝 웃는 모습이 아니라, 입주위엔 수술 받는 동안에도 힘들었던지 피범벅이었고, 혀는 말라서 하얗게 변해 안으로 말려 있었다. 목이 마르다고 물이 먹고 싶다는 엄마한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내 사진이 어찌나 야속하고 밉던지...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가 지나고, 조금씩 차도를 보이며 회복하고 있는 엄마 모습을 보니 어느정도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병원비 걱정에 맘을 놓을수가 없었다.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까? 대출 받은것도 아직 다 못갚았는데 엄마 병원비는 어떻게 맞추지...

  내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들로 터져 나갈 것 같았다. 혹시라도 엄마가 더 걱정하고 계실 것 같아 엄마 앞에서는 아무런 내색도 할 수 없었다. 때마침 평상시에 친하게 지내는 함양에 사는 회사 언니가 엄마 병문안을 왔다. 언니 부모님 두분다 위암 수술을 받으셔서 언니는 여러 가지로 잘 알고 있었다. 우선에 중증환자 등록을 하라고 했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일들이 이제 내겐 급박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언니는 혹시 암환자 치료비 지원에 대해 아냐고 나한테 물었다.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치료비가 지원 된다고 얼른 알아 알아보라고 했다. 언니가 알려준 1577-8899로 곧바로 전화했더니 밝은 목소리의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이것 저것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봤더니 우리 엄마는 다행히 의료급여 2종에 해당되어 본인부담금은 연간 최대 120만원, 비급여는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나라에 이런 좋은 제도도 있었나 싶은게 사람이 영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 싶었다. 상담원은 무슨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도 친절하게 잘 알려 주었다. 서류를 구비후에 인근 보건소에 가서 신청하면 보름 이내에 지원금이 통장으로 입금 될꺼라는 설명까지 해 주었다. 상담원과 통화를 끝낸후 보건소에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암환자 치료비 지원 신청을 하면 우리 지역은 다른데보다 일찍 입금될꺼라고 했다.

  엄마가 내색은 안하지만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실 것 같아 이제 걱정 안해도 된다고, 우리나라에 이런 제도가 생겨서 돈 걱정 안해도 되겠다고 안심 시켜 드렸다. 엄마도 비로소 웃으셨다.

  엄마가 수술한지 한 달이 좀 지났다. 정말 불행중에 다행인 것이 수술전에 결과는 3기말 정도 됐을꺼라고 했는데 다행히 수술을 해 보니 다른데로 전이가 안되어서 2기말 이라고 했다. 하지만 암 덩어리가 너무 커서 대장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재발될 확률이 높아서 항암치료를 12번 받아야 된다고 했다.

  그래도 이젠 걱정이 덜 된다. 그동안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어가던 의료보험 혜택으로 수술비도 절반이상 줄어들고, 암환자 치료비도 지원되니 수술비 300만원 중에 15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엄마 퇴원 후에 보건소에 가서 치료비 지원 신청을 했더니 3일만에 통장에 입금이 되어서 금전적으로 힘들고 걱정했던 엄마나 나한테 많은 도움이 되고, 또 희망이 되었다. 앞으로 항암치료 받는데도 생각보다 많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다 내년에 또 치료비 지원 신청을 하면 되기에 내 맘은 한결 편안해져 엄마 건강이 회복 되는데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엄마 건강에 신경 못써준거에 대한 미안함과 이번에 다시 한 번 엄마의 소중함을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더 착한 딸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진심으로 국가암 관리사업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우리처럼 힘들게 사는 가정이나 더 못사는 사람들을 위해 나라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다. 엄마 건강이 좋아지고, 암이 완치되는 그 날까지 나름대로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 자신의 건강에도 신경 쓰면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겠다. 내 몸이 건강해야 우리 엄마 곁에서 오랫동안 효도하면서 지낼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