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은 길이 약 15cm의 가늘고 긴 장기입니다. 위(胃)의 뒤에 위치해 십이지장과 연결되고, 비장(지라)과 인접해 있습니다. 췌장은 머리와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십이지장에 가까운 부분이 머리이고 중간이 몸통, 가장 가느다란 부분이 꼬리입니다.
췌장은 췌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췌액(췌장액)을 보내는 외분비 기능과 호르몬을 혈관 내로 투입하는 내분비 기능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소화에 관여하는 췌액은 췌장의 선방(腺房) 세포에서 만들고, 혈당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인 인슐린과 글루카곤은 췌장섬 또는 랑게르한스섬이라고 불리는 조직에서 분비합니다.
췌장암이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덩이)입니다. 췌장암의 90% 이상은 췌관의 샘세포에 암이 생긴 선암(腺癌)입니다.
췌장의 종양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것은 양성인 낭성종양(囊性腫瘍, 낭종)으로 장액성과 점액성 낭성종양, 췌관내 유두상 점액종양, 고형 가(假)유두상 종양, 림프 상피성 낭종 및 낭종성 기형종 같은 간엽성(間葉性) 종양이 이에 속하고, 악성 종양으로는 외분비 종양인 췌관 선암종과 선방세포 암종 외에 신경내분비 종양도 있습니다. 낭성 종양 가운데도 악성이 있으며, 당초엔 양성이던 것이 악성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췌장암의 발생에는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함께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유전적 요인 중에는 K-Ras(케이라스)라는 유전자의 이상이 특히 중요합니다.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이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어, 모든 암종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이상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습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흡연, 비만, 당뇨, 만성 췌장염, 가족성 췌장암, 나이, 음주, 식이, 화학물질 등이 흔히 거론됩니다.
확립된 췌장암 예방 수칙이 아직 없으므로 위험요인들을 일상생활에서 피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특히 담배는 췌장암에서도 주요 인자이니 금연을 해야 하며, 건강의 기본 조건인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췌장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진 당뇨나 만성 췌장염을 지닌 사람은 꾸준히 치료를 받아 위험 요소를 최대한 억제해야 합니다.
몸 속 깊은 곳에 있는 췌장의 암은 발생 초기엔 증상을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매우 어렵습니다. 피검사를 통하여 암을 스크리닝 하는 종양표지자 중에서 CA19-9가 있지만 췌장암에서 조기 진단용으로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췌장암의 가족력이나 만성 췌장염이 있는 등 발암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사람은 일상의 예방 요령을 더욱 철저히 지키는 한편, 주치의와 함께 증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필요한 경우엔 초음파 내시경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등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췌장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복통과 체중 감소, 황달, 소화장애, 당뇨의 발생이나 악화 등입니다.
주요 진단 방법으로는 초음파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 검사(EUS),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혈청 종양표지자검사, 그리고 복강경검사, 조직검사 등이 있습니다.
치료 방법은 암의 크기와 위치, 병기(病期),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두루 고려하여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중에서 선택합니다. 한 가지 요법만 쓰기도 하고, 두 가지 이상을 병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절제 수술인데,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 췌장암 환자의 20% 정도 입니다.
수술 후의 초기 합병증은 췌장과 공장(空腸) 문합부(吻合部, 수술 후 장기들을 연결한 부위)의 누출, 농양, 국소 복막염, 췌장염, 출혈 등이며, 후기 합병증은 위 배출 지연, 소화장애 등입니다.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에도 일반적인 부작용이 따릅니다. 각각의 치료법에 따른 부작용뿐만 아니라 췌장 절제술로 소화액과 인슐린 등이 충분히 분비되지 못해 복통, 설사, 복부 팽만감, 당뇨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췌장 내분비, 외분비 기능부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만큼 예후도 다른 암에 비해 좋지 않은 편입니다. 수술 후 재발은 1~2년 사이에 주로 일어나며, 간이나 복막으로 원격전이가 되거나 수술 부위 부근에 암이 침윤하여 새로운 종괴를 형성하는 양상으로 흔히 나타납니다.
- 위 콘텐츠는 한국간담췌외과학회의 참여로 제작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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