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3.07.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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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테마 레터]
명승권 (의학박사, 가정의학과 전문의) 국립암센터 암정보교육과장 외래 진료를 하다 보면 대다수 환자들이 건강을 위해 비타민과 항산화제를 포함한 종합영양제를 먹고 있다고 말한다. 담배는 피우고 술은 많이 마시나 운동은 할 시간이 없으니 보충제를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20%가 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를 포함한 종합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고, 미국인의 약 50%가 이를 먹고 있다고 한다. 암 환자들은 이보다 더 많아 약 70% 정도가 종합영양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비타민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게 된 이유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발표된 200편 이상의 연구 결과를 보면 각종 비타민, 항산화제, 영양물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경우 심장 및 혈관질환과 소화기암의 발생이 20-30%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일과 채소 등 음식을 통하지 않고 화학적으로 합성한 비타민제나 항산화보충제도 과연 건강에 이로울까? 최근 수십 년간 합성비타민 및 항산화보충제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임상시험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발표되었으나 연구마다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그러던 중 2007년 2월에 세계적인 의학학술지인 <미국의학협회지: JAMA>에 47편의 질적수준이 높은 임상시험들을 종합하여 분석한 연구결과(메타분석)가 발표되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 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는 사람들은 이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사망률이 5%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학계 뿐 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큰 이슈가 되었고 그동안 가져왔던 비타민 및 항산화보충제에 대한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다. 필자도 이 연구결과를 접한 후 메타분석을 시행하였고 2010년에 국제종양학술지인 <종양학연보: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2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메타분석논문을 발표했다. 그 결과 비타민 A, 비타민 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암 발생에 차이가 없었다. 즉, 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를 복용한다고 암이 예방된다는 임상적 근거는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방광암 예방에 대한 임상시험 4편을 종합한 결과 오히려 항산화보충제(베타카로틴, 셀레늄)를 복용한 집단은 복용하지 않은 집단과 비교했을 때 방광암 발생이 52% 높았다.
즉, 합성한 비타민과 항산화보충제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망률을 5% 높이고 암 예방의 효과는 관찰되지 않으며 방광암의 경우에는 오히려 52%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이유에 대한 가설은 여러 가지가 제기되고 있다. 암이나 심혈관질환, 노화는 사망원인으로 가장 중요한 질병이다. 그런데 이러한 질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물질이 바로 활성산소종이다. 활성산소종은 산화과정을 통해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만들고 동맥경화와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제는 이러한 활성산소종의 기능을 억제하고 없애는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 몸에 이로울 수 있다. 하지만 활성산소종은 우리 몸에 해가 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로부터 들어 온 이물질이나 몸 안에서 생긴 암세포를 죽이는 이로운 역할도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활성산소종은 우리의 면역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고농도의 비타민이나 항산화제를 장기간 복용함으로써 활성산소종의 농도가 극히 저하되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오히려 암이나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과일이나 채소 등 음식에는 일부 비타민이나 항산화제 뿐 만 아니라 각종 영양물질이 수백 종 이상이 존재하고 이러한 여러 가지 영양물질을 한꺼번에 섭취해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일부 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를 약의 형태로 복용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공신력있는 전문가기관인 미국의 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USPSFT)에서는 비타민 A, C, E, 종합비타민제 또는 항산화보충제를 먹어도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분류하고 있어 복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또한 베타카로틴보충제를 먹으면 폐암의 발생을 높이기 때문에 먹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암협회(ACS) 역시 암 환자가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다면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비타민 혹은 항산화보충제를 복용을 피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DNA 이중나선구조를 규명한 미국의 제임스 왓슨 박사도 올 초에 영국의 한 학술지에 항산화제 복용은 암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종설(문헌고찰)연구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참고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타민C가 감기에 좋다고 알고 있는데 2010년에 29편의 임상시험을 종합 분석한 논문에서는 비타민 C 보충제를 하루에 200㎎ 이상 먹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사이에 감기 발생에는 차이가 없음을 보고하였다. 10여년 전부터 유명의대 교수가 건강을 위해 1000㎎의 비타민 C를 2알씩 하루 3회, 즉 6000㎎을 먹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른바 고용량 비타민 C요법 혹은 비타민C 메가도스요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1970년대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이 주장했지만 그 효능이나 안전성이 임상적으로 전혀 입증이 되지 않았다. 현재 성인 하루 비타민 C 권장섭취량은 영국의 경우 40㎎, 세계보건기구는 45㎎, 미국은 90㎎, 우리나라는 100㎎이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00mg 정도의 비타민C를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보충제를 통해 따로 복용할 필요는 없다.
결론적으로 비타민이나 항산화보충제는 일반인 뿐만 아니라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임상적 근거는 없으며 암 환자의 경우 암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복용해서는 안 된다. 일부 의사나 연구자의 임상적 근거없는 주장이나 경험에 혹하지 말고 여러 가지 음식을 통해 여러 가지 천연 비타민과 항산화제 그리고 각종 영양성분을 섭취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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